동국대 총동창회
 
 
 
정련 이사장 스님 -임기 마감 소회
  • 관리자 | 2015.03.09 13:48 | 조회 3812

    다시 山門에 들며 


    이제 소납은 남산의 정기를 흠뻑 머금은 동악을 떠나 다시 산문에 듭니다.

    뒤돌아보면 고마움과 미안함, 안타까움이 넘쳐나 발길이 가볍지 않습니다.

    소납은 이사 임기 8년, 이사장 임기 6년을 부처님의 가피로 출가승의 후반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신록이 어우러진 동악의 봄, 팔정도에 내리쬐는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 처연하게 흩어지는 교정의 낙엽, 그리고 매서운 칼바람에 내리치는 눈발을 가슴에 담고 동악을 떠나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울던 순간들을 감사와 경외의 마음으로 한 순간 잊지 않고 지내겠습니다.


    그동안 소납과 함께한 여러 이사님들, 전임총장님들, 그리고 늦은 밤에도 연구실의 불을 밝히시는 교수님들, 밤늦도록 학사지원을 위해서 일하시는 교직원 여러분들, 총총히 서둘러 강의실을 오가는 학생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물론 학교의 안팎에서 대학 발전을 위하여 애쓰시고, 힘을 모아주신 동창회 여러분들을 비롯한 실로 무수히 많은 인연들에게도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 사료됩니다.

    대신 오늘 이 자리를 통하여 소납에게 베풀어 주신 인연들의 은혜에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이제, 다시 산문에 드는 소납이 정말로 아쉽고 송구한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우리 선대가 건립하고, 108년을 이어온 동국의 역사에 오늘과 같은 아픈 상처를 남기고 떠나는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늘 동악의 문제는 한국불교가 감당하여야 하는 시절 인연의 무게가 녹녹치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80~90년대를 통하여 급속히 확대된 물량주의, 세속주의가 불교집안 깊숙이 자리하면서 이를 올바르게 극복하지 못하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불교를 일구지 못한 우리 승가의 책임이 너무도 큽니다.

    소납과 같은 원로들의 책임은 수미산만큼 넘칩니다.


    일부 권승들은 학교를 이권화하여 종단정치에 끌어들이고, 학교의 자주성을 아무 거리낌도, 죄책감도 없이 간단하게 유린하고 있습니다. 소납은 일부 권승들의 모든 어리석음을 대신 사죄드리며, 이들의 모든 잘못을 대신 짊어지고 가고자 합니다. 학교의 자주성과 공공성을 견결히 수호하여야하는 이사님들 중에 일부는 이러한 부당한 종단의 권력을 엎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하여 아무 부끄러움도 모르고 동국대학교의 운명을 수와 힘으로 장악하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잘못도 모두 소납이 짊어지고 가고자 합니다.

    이제 부디 이들의 어리석음을 여러분들의 힘과 지혜로 엄하게 경책하여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실로 학교를 정상화하고 종립대학으로의 위상을 분명히 하여야하는 여러분들의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너무도 큽니다. “학교와 종단을 위해서라면 아귀와 축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는 소납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108년 전 엄혹한 역사 속에서 불교계 선각자들이 건립한 동국대학교의 운명은 온전히 여러분들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권승들의 손아귀에서 학교를 지키고, 표절총장 아래 학위를 받아 사회에 진출하여야하는 치욕을 극복하기 위한 무거운 짐을 여러분들이 져야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과 아픔을 극복하고 조계종단과의 자주적이고 협력적인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동국대학교가 처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정립을 통하여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학교를 만드는 과정 과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를 부릅뜬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모든 불자들과 세상의 선한 의지가 여러분들을 지켜줄 것입니다.

    소납이 비록 학교를 떠나 다시 산문에 들더라도 영혼은 여러분들 곁에 두고 갈 것입니다. 비가 오면 함께 비를 맞을 것입니다. 눈이 오면 여러분들과 함께 눈을 맞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학생여러분! 교직원여러분! 그리고 동창회와 사부대중 여러분!

    시련은 학교를 더욱 강건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러한 시련을 겪으며 대한불교 조계종 종립대학은 더욱 성숙해 질 것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부끄러움을 자각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변화의 용트림을 시작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과 항상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리며, 이제 소납은 다시 산문에 들고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3월 9일


    대한불교 조계종 원로의원 정련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김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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