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는 국가나 대륙마다 다르다. 어떤 곳은 소비적인 복지(이 용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선택입니다)를 취한다. 이를테면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주는 형태이다. 반면에 생산적인 복지도 있다. 실직하면 재교육을 통해 재취업을 하도록 하는 복지이다. 어느 쪽이 바람직할까? 이 관점이 우리 사회에서 많은 선택을 할 때 결정을 좌우한다.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사회공헌사업비 지출도 같은 맥락에서 동의를 하거나 결정이 될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사회공헌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 여러 이해를 바탕으로 실행이 되고 있다. 매출의 규모에 따라 그 액수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학교에 화단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연탄 나누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그 쓰임을 지켜보면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주는 식의 의무적인 지출 양상이다. 만약 여기에 사회공헌사업비가 우리 경제의 활성화 내지는 사회적 투자에도 쓰이도록 발상의 전환을 꾀하면 어떨까?
즉 기업의 사회공헌사업비 → 사회적 소비로 직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공헌사업비 → 사회의 미래 필요에 대한 부분 → 사회적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나에 대한 답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교양 정도(즉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도록 자극하는 주체)에 따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 우리만의 콘텐츠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고, 외국에 근본적인 정보를 의지하기만 한다. 우리가 자랑하는 초고층 빌딩도 터파기부터 설계까지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 이다. 이를 극복하고 우리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가 희망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두터운 교양인층을 만들어내야한다. 외국의 어떤 만화 회사는 만화 하나로 전 세계에서 무지막지한 돈을 긁어 들이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는 바로 신선한 산소와 같다.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흐르는 여울과도 같다.
우리 사회의 여울을 만들기 위해 사회공헌사업비가 일부 쓰일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50년, 100년 작심하고 투자를 한다면?
우리나라는 군대에 젊은이들이 약 60만 명이 있다. 이중에 약 40만 명이 의무 복무를 마치면 사회로 돌아온다. 젊은 병사들이 2년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면서 여러 가지를 하지만 군대 생활 중 ‘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강하다. 그런데 병영도서관이 제대로 설치가 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장서가 아주 빈약하다. 설문에 의하면 약 80%의 병사는 군생활 중 ‘책’이 도움이 된다고 했고, 선호 분야는 1위 문학(46.8%), 2위 무엇이든 좋다(24.2%), 3위 경제경영(자기계발)(22.2%) 순이었다. 이 설문에서도 나타나지만 병영 내에 책이 필요함을 느낄 수가 있다. 이 갈증을 풀어주는 용도로 사회공헌사업비를 써보자는 것이다.
병사들이 다양한 책을 읽고 교양을 갖춘 상태로 제대 후 사회에 복귀를 한다면 이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제대로 된 사회일꾼을 맞이하는 기업이 덕을 볼 것이고, 앞서 말했지만 우리 사회의 콘텐츠 소비를 자극하면서 더욱 다양한 국가 콘텐츠가 생산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를 바탕으로 제조를 할 것이고 경제 활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결론은 생활소비적인 사회공헌사업비 쓰임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존에 지출하던 사회공헌사업비 일부를 병영도서관에 책보내기 사업에 써보자는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제대로 된 병영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출판이 활성화가 될 것이다. 우리 경제 비중으로 봤을 때 출판은 아주 볼품이 없는 산업이지만 우리 경제 전체의 사활이 걸린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진기지이기에 출판 활성화의 가치는 매우 크다 하겠다.
출판이 살면 국가 경제가 활기차게 움직인다. 선진국에서 왜 책이 사회적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는가? 자본주의 선봉에서 달려가는 선진국이 왜 그럴까?
빌 게이츠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당신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줄 겁니까?”
빌 게이츠가 대답했다.
“물론이죠. 그런데 책을 먼저 사줄 겁니다.”라고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또 환영 받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의지를 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사회공헌사업비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일부만이라도 방향을 틀어서 사용한다면 우리 사회의 전망은 좀 더 구체적으로 밝지 않을까 싶다.
이 원 중 (동대출신 출판인 모임 ‘목나사’ 회장, 지성사 대표, 수학과 8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