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 문 (산업공학80)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신용평가기관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청년 3명 중 1명은 채무를 1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채무규모는 약 60조원에 달하고, 잠재부실률도 6%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타 연령층에 비해 부실위험이 높다. 대학 학자금 부담이 크고, 취업난 때문에 실업률도 높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빚의 덫에 걸린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무분별하게 돈을 빌리거나 고금리 대출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대학생이 많다는 점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데, 금융지식이 부족한 대학생에게 신속성과 간편함을 무기로 접근하는 대출상품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전도양양한 미래를 꿈꾸어야 할 청년이 과중채무에 시달려 출발선에서 주저앉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청년이 빚의 덫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첫 번째 답은 신용교육이다. 요즘은 대학교 등록금이 비싸고 생활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서 대출을 이용하지 않고 학업을 마치는 학생이 드물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금융을 이용해야 한다면 현명한 금융소비자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신용교육은 꼭 필요한 금융지식을 습득하고, 합리적으로 금융을 이용하는 습관을 기르게 함으로써 채무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다. 이미 발생한 채무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루속히 대학생에게 신용교육이 확산되어야 한다. 대학이 금융교육 전문기관과 협력해서 온라인 신용교육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 학점인정 교양과목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 대출을 받기 전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정책자금은 금융회사 대출상품에 비해 금리가 훨씬 낮다. 예를 들면 생활비가 부족한 대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자금으로 장학재단에서 연 300만원까지 지원하는 생활비 대출이 있고,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지원하는‘대학생 청년 햇살론’도 있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회사 대출은 이자율이 연 20% 내외지만, 장학재단 생활비 대출 이자율은 연 2%대에 불과하고,‘대학생 청년 햇살론’은 연 4%대이다. 장학재단 대출을 먼저 이용하고 그래도 부족한 경우 햇살론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고 있다면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해서 해결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대학생이나 미취업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채무조정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대학생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미취업청년은 최장 4년 동안 채무상환이 유예되므로 채무부담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취업을 준비 할 수 있다. 유예기간이 끝난 채무원금은 형편에 맞게 장기분할상환 하면 된다. 채무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바로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상담 받아 볼 것을 권한다.
필자가 지난 10월 초 취임하여 기관장을 겸하고 있는 서민금융진흥원과 신용회복위원회는 금융소외계층의 경제적 재기와 자립을 지원하는 ‘희망 사다리’역할을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자활에 필요한 자금지원과 취업 및 창업지원을 하며, 금융교육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자를 구제하는 일과 신용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두 기관이 경제적 약자인 청년층과 서민의 자활을 도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