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이순신의 절규인가? 최민식의 절규인가?
  • 관리자 | 2014.08.25 14:17 | 조회 3790

    영화 ‘명량’ 총동창회 단체관람 행사에 감사드리며


    최근 한국 영화 “명량”이 흥행질주를 하고있다. 최다 관객 동원 등 한국영화의 모든 기록을 고치고 있다. 

    뻔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내용 앞에서 관객들과 우리는 왜? 이토록 열광하고 있을까?


    소위 영화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관객들의 견해도 이미 나와 있다. “철저한 고증에 따른 현실감(reality)”,  “61분에 걸친 해상전투 장면이 보여주는 장관 (spectacle)”, 그리고 “인간 이순신의 내면을 호소력 있게 표현한 배우의 연기(action)”가 영화 “명량”의 흥행 요소라 한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영화예술이 종합예술이다 보니 이 모든 것이 융합되어 영화 “명량”의 성공신화가 만들어 졌겠지만, 우리는 영화예술의 주인공 배우에게 좀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이 영화 “명량”의 성공요소를 하나만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배우“최민식의 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극과 영화는 기본적으로 행동(action)의 예술이다.  화가가 “색”으로 음악가가 “소리와 리듬”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면 배우는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관중들과 공유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행동은 신체적 (생리적) 행동뿐만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그리고 윤리적 행동까지를 포함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래서 감독과 배우들은 작품과 인물분석 등을 통하여 합리적인 행동(연기)의 기준을 정(계산)하고 역할에 몰입하여 또 다른 작품과 인물을 구축하게 된다.  특히, 현대 배우 및 연기 훈련 시스템의 기본을 확립한 러시아의 스타니슬라브스키(Konstantin Sergeevich Stanislavskii, 1863 ∽ 1938)는 연기란 “신체의 움직임 (행동)이 아니라 내적 정서의 움직임(행동)을 표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연기가 “내적 정서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먼저 이해하지 않는다면 “명량”에서 만난 최민식의 이순신은 다소 낮 설 수도 있다. 우리는 그간 연극과 영화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이순신을 만났던가! 훈련된 복식호흡으로 장문의 대사를 한 호흡에 폭풍우 같이 뱉어내던 고 장민호 선생의 “성웅 이순신”부터 나약한 소년이 자기 신념과 절제를 통하여 영웅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김명민의 “불멸의 이순신”까지.


    그리고 우리 앞에 불현 듯 나타난 “명량의 이순신” 최민식은 분명 그들과 다른 이순신이었다. 영웅과 성웅의 기상보다는 버림받은 신하, 모두가 포기한 전쟁의 두려움에 맞선 나약한 인간 그리고 이 상황을 스스로 종결해야 하나 동료들에게 조차 호응 받지 못하는 서글픈 리더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더더욱 “명량”속 이순신(최민식)의 발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인간적 고뇌를 느끼게 한다.

    “된다고 말하게”,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더 이상 살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등의  하이티브하며 타들어가는 듯 갈라지는 이 절박한 대사들은 (짧은 호흡의 단문의 대사들-사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어 이렇게 구구절절 표현하는 것임) “배우 최민식의 목소리”인지 “인간 최민식의 목소리”인지 아님“이순신의 절규인지 최민식의 절규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훈련 받은 배우의 발성, 계산된 연기가 아니라 두려움 앞에 선 옆집 아저씨의 외침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발성은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따르는 것이고, 그 충은 임금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야 한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전군 출정하라” 등 나즈막하게 읍조리는 듯한 대사들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고(사실 명대사로 만들고) 영화의 극적 재미를 배가 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다.


    이것이 배우 최민식의 힘이다.

    “배우의 화법이 아닌 보통 사람의 발성, 작품과 인물 분석을 통하여 충분히 계산되고 설정되었을 이순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연기” 이것이 배우예술의 위대함이다.


    배우 최민식은 이순신의 정서의 흐름을 자기 몸 속에 합치시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외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인간 이순신을 완성시켰다.  너무나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 우리와 똑 같이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끼지만 고뇌의 끝에서, 경이로운 의지로 적진을 돌파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catharsis)를 느끼고 우리는 영화“명량”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영화 “명량”의 성공요소를 하나만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배우 “최민식의 힘”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배우 최민식과 동 시대 함께 있음이 (영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동국인의 한 사람으로서)자랑스럽다.

    영화 "명량"의 성공을 축하하고 한국 영화와 우리

    동국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2014. 8.19

                                                                           정 치 근(역사교육 8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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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총동창회(소통과 대통합) 밴드에 올린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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