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인연 · 소통공감 · 선한 영향력이 만드는 세상
  • 최고관리자 | 2026.01.09 18:31 | 조회 1450
    인연 · 소통공감 · 선한 영향력이 만드는 세상

    “없어도 베풀면 생깁니다” … '2025 자랑스러운 동국인상' 대상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동문, 지역 사회에서도 인정받은 종교인


    ▲ 포항 원법사 주지 해운(海雲)스님 (불교학11 / 박사과정 재학 중)

    “장학금, 성금, 격려품, 쌀, 팥죽 기부 …. 품도, 돈도 많이 드는 일인데 어떻게 20년 넘게 큰 나눔을 실천해오셨을까?”
    매우 세속적인 궁금증을 안고 포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 포항역까지 2시간30분, 다시 20분가량 차를 타고 도착한 원법사. 제대로 된 법당이 없어 천막을 치고 불사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깔끔한 사찰이었다.
    원법사 입구의 사찰 카페 ‘인연(因緣)’은 이른 시간에도 손님들이 많았다. 애초 신도를 위한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외부인 비중이 더 커졌단다. 카페 한구석에 동국대학교 학생들의 장학 후기가 책자 형태로 전시되어 있었다. 사찰에서 직접 만든 전통차, 한과 판매금은 장학 기금에 쓰인다.


    “무얼로 나누냐고요? 그래도 더 커집니다”

    “스님, 이렇게 밖에다 다 주면 우리는 어떻게 사나요” 원법사 초창기, 해운 스님에게 절에서 지내는 한 보살님이 볼멘 소리를 했다. 당시 백중재를 지내고 400포가 넘는 공양미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었다. 쌀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 모두 나누다보니, 절에는 쌀 20kg짜리 서너 포대만 남았다. 정작 사찰에서 먹을 쌀이 별로 남지 않자 보살님이 걱정을 할 법도 했다.
    해운 스님은 “엊그제 일 같다”며 “그때 보살님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아도 살 수 있는데 바깥에서 이 쌀을 받는 사람들은 이 쌀이 아니면 힘들어요’라고 말씀드렸다”고 빙긋 웃었다.
    공양미 나눔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해운스님은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일상 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2008년부터 설과 추석마다 원법사가 위치한 신광면의 어려운 이웃 100가구에 ‘자비의 쌀’을 나누었다. 이후 인근 면으로 뻗어갔다. 2016년부터는 포항시 북구 15개 읍면동과 사회복지단체로 지원을 넓혔다. ‘자비의 쌀’ 10년차인 2018년부터는 명절마다 각각 1000포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종교 테두리 벗어나 지역 아픔에 동참

    종교라는 성역에도 갇혀있지 않았다. 지역 사회의 상처 치유에도 거침 없이 나섰다. 포항에는 굵직한 재난재해가 잦았다. 2017년 11월에는 유례없는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 2022년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불어닥쳐 포스코 공장이 창립 49년만에 가동을 멈췄다. 살던 터전을 잃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 시민이 늘어났다. 해운 스님은 재난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격려품과 성금을 전달했다. ‘잘 먹고 힘내라’는 취지에서 포스코 직원 2000명 이상이 먹을 수 있는 떡을 한가득 쪄서 전달했다. 이러한 일화가 널리 알려져 포스코뿐 아니라 동국제강 기업과도 인연을 맺으며 나눔의 크기는 또 한번 커졌다. 해운 스님은 코로나19 시기에는 포항 의료진과 공무원들에게 절에서 직접 만든 떡과 팥죽, 연잎밥을 전하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운 스님은 “어디에 나눌까, 누구와 함께 할까, 좋은 인연이 누가 있을까란 생각만 한다”며 “더 의미있게, 더 재미있게 나누자는 마음 덕분에 여기까지 오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동국대 지역미래불자 장학금의 탄생

    “고향에 있는 사찰에서 장학금을 받다니... 스님, 동국대학교가 왜 불교대학이라 하는지 이제 알겠어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원법사 장학금을 받은 포항 출신 한 동국 대학생은 해운스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 학생은 코로나19 때문에 아르바이트가 끊겨 생활비 고민이 컸다고 한다.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나, 서울 생활을 어떻게 버텨야 하나, 답답하던 시기, 고향 사찰의 스님이 나타나 장학금을 건넨 것.
    원법사가 포항에서 동국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수여하던 장학금은 현재 ‘지역미래불자 장학금’이란 어엿한 장학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이 장학제도는 지역 사찰과 동국대학교에 진학한 지역 학생들을 연결해 수여하는 장학금이다. 장학금 후원을 통해 지역 사회 공헌과 불교청년인재 육성이라는 두 가지 서원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인재불사 장학이다. 장학금을 받은 동국대 학생들이 취업한 후 자신이 받았던 장학금을 회향하는 의미로 다시 장학금을 후배에게 기부하는 선순환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직 동국대만이 할 수 있는, 동국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시그니처(간판) 장학 제도’로도 볼 수 있다.
    지역미래불자 장학금 1호 사찰은 원법사다. 해운스님의 ‘나눔 실천’은 ‘동국 사랑’과 어우러지며 후배들을 향한 장학사업으로 단단해진 셈, 그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귀가 대신 출가 … 나눔과 학구열이 만난 장학금

    해운스님은 어린 시절 공부를 잘했다. 부모님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른 나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렸다. 악몽을 자주 꾸고, 심신이 쇠약해져 죽을 고비를 몇차례 넘겼다. 부모님은 딸을 살릴 방법을 수소문했고, 포항 원법사까지 인연이 닿게 되었다. 해운스님은 운보 큰 스님의 ‘인연법’에 대한 법문을 듣자 마음에 새겨지는 ‘무언가’를 느꼈다고 한다. 해운스님은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다면 내 고통의 원인은 내게 있겠구나, 누구도 원망할 일은 없다. 원인은 나에게 있다는 점이 마음 깊이 새겨졌다”고 말했다. 원법사에 지내면서 해운스님은 차츰 건강을 되찾았다. 최종 선택은 귀가 대신 출가였다. 포항에서 딸의 출가 결정을 들은 어머니는 펑펑 우셨다. 한동안 어머니는 고추장과 김치 같은 찬거리를 싸들고 인천에서 포항까지 와서 딸이 잘 있나 보고 갔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어머니는 해운스님이 자랑스러운 동국인 대상을 받는 모습을 보며 이번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
    해운스님의 학업을 향한 열정, 지역사회 책임감이 장학 사업으로 이어진 건 ‘인연’과 같았다. 원법사는 2008년 자체 장학회를 만들어 신도 자녀, 관내 신광초등학교와 신광중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이는 포항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각자도생 잊고 나누면 더 잘 풀립니다”

    해운스님은 2011년 동국대 불교학과에 입학하며 배움을 다시 시작했다. 첫 학기부터 ‘올 에이 플러스(A+)’를 받으며 장학금을 받았다. 미국 대학교에서 공부할 기회도 얻었다. 2015년 동국대를 졸업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사람보다 장학금을 주는 입장이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 꿈이 되살아 났다. 해운스님은 자신이 받아온 장학금 그 이상을 모교 후배들에게 베풀며 나눔과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는 박사과정에 진학해 유식종(唯識宗)에 대한 논문을 쓰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2000년대만해도 원법사는 굉장히 작고 이름 조차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었지만 이제는 포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사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친견하고 받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원법사에 봉안하며 진정한 ‘적멸도량(寂滅道場)’으로 발돋움했다.
    해운 스님은 말했다. “다 함께 살아가자는 뜻을 갖고 어떤 일을 하다 보니 남한테 나눌 게 자연 주어지더라고요. 우리 절만 키워야 된다? 이런 생각이었으면 원법사가 지금 이런 규모로 커질 수 없었을 겁니다”
    일상 생활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표현이 심심찮게 쓰일 정도로 각박해진 사회다. 이러한 세상에 ‘나눔과 자비’를 실천하자고 권하면, ‘나 살기도 바쁘고 힘든데 언제 어떻게 나누나요?’라는 질문을 받기 마련이다. 해운스님은 “이럴수록 더욱 나눠야 한다고, 각자도생이란 생각을 버릴 때 오히려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1000원이라도 작은 나눔을 실천해볼 것을 추천했다.


    새해 계획은? “원법사 매화 축제 오세요”

    매화 축제 계획을 말하는 해운스님 얼굴에 매화 같은 웃음꽃이 피었다. 원법사의 매화 축제는 다가오는 3월14일 토요일에 시작해 3월22일 일요일에 폐막한다. 도량에는 매화나무만 500그루 가량이 심어져 있고 80년, 90년 이상 된 나무부터 가장 오래된 나무는 300년이 넘는 나이테를 갖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무들까지 합하면 20만 그루가 넘는 거대한 산림이 원법사를 에워싸고 있다.
    어마어마한 ‘나무 원력’ 덕분에 원법사는 지난해 6월 160여 개 민간정원 가운데 최초로 '사찰형 민간정원'으로 등록됐다. 사찰이면서 정원이고, 수양의 공간, 마음의 쉼터인 오묘한 원법사다.

    인터뷰를 마치고 원법사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도량 곳곳 매화 나뭇가지 끝에 꽃망울이 움츠리고 있었다. 찬 바람을 이겨내며 피어오를 3월 제철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겨울 포항의 바람은 제법 쌀쌀했다, 하지만 마음은 무언가 시원했다. 엄동설한을 딛고 만개하는 매화처럼, 동문들이 병오년 새해를 더욱 향기롭게 화사하게 맞이하길 염원한다.

    장윤희(국어교육06 · 연합뉴스TV 기자, 동창회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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